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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1-03-02 13:21
전쟁을 기억해야 전쟁을 피할 수 있다
 글쓴이 : 관리자
조회 : 3,020  
6·25전쟁은 흔히 ‘잊혀진 전쟁(The Forgotten War)’으로 불려왔다.
두 가지 면에서 맞는 얘기다.
첫째로 전쟁의 참상 자체가 제대로 알려져 있지 않았다. 둘째로 일반인들의 관심도가 낮았다는 점이다. 한마디로 6·25라는 전쟁의 역사적 의미와 그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부족했기 때문일 것이다.

6·25는 국제적으로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냉전(冷戰)의 시작을 알린 열전(熱戰)이었으며, 국내적으로는 민족사의 최대 비극이자 한국사회 현대화의 실질적 출발점이었다. 6·25는 그만큼 중요한 역사며, 잊혀져선 안 되는 전쟁이다. 중앙일보가 백선엽 장군의 ‘남기고 싶은 이야기-내가 겪은 6·25와 대한민국’이란 시리즈를 14개월 동안 75만 자 분량으로 힘써 연재한 까닭이다. 92살의 노병 백선엽 장군이 혼신을 다해 기억을 더듬고 자료를 모은 것도 같은 취지다.

연재를 통해 ‘잊혀진 전쟁’은 ‘다시 기억하는 전쟁’이 되었다.
백 장군의 생생한 기억은 전쟁의 참화가 남긴 역사적 교훈을 되새기게 했다. 무엇보다 전쟁의 참모습을 제대로 알려주었다.
북한군의 기습 남침과 중공군의 비밀 참전에 허(虛)를 찔린 국군의 당황하는 모습은 부끄럽지만 뼛속 깊이 새겨 되풀이하지 않아야 할 자화상이다. 백 장군이 직접 만났던 2차대전의 영웅 맥아더와 밴플리트 등 미군 지휘관들이 보여준 참군인의 모습. 전세(戰勢)를 단번에 뒤집는 압도적 화력과 선진 전략전술은 오늘까지 여전한 미군과 미국의 힘이다. 백 장군의 말처럼 미군은 막 식민지에서 벗어난 대한민국에 쏟아진 ‘문명의 소나기’였다.

전쟁을 전후한 시대의 증언 역시 현대사 이해에 꼭 필요한 대목들이었다.
특히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 관련 증언은 너무나 생생하고 구체적이라 그동안 왜곡됐던 인물평을 바로잡는 중요 참고자료로 삼아야 한다. 이승만 대통령의 노련한 미국 다루기는 ‘친미주의자’란 평가가 얼마나 일방적이었는지 확인해 주었다.
박정희 소령이 남로당 군사책으로 붙잡혀 사형을 당할 순간, 그를 구해준 당사자인 백 장군의 증언은 절체절명(絶體絶命)의 순간 드러나는 인간성을 가늠케 하는 긴장된 장면이었다.

이번 연재를 통해 확인된 것은 역사적 사실만이 아니다. 많은 독자가 잊혀졌던 전쟁을 알고 싶어하는 욕망을 지니고 있었음이 확인됐다. 연재를 거듭할수록 독자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백 장군을 직접 찾는 사람이 줄을 이었으며, 그의 강연을 요청하는 독자들이 국내외로 이어졌다. 회고록 『나를 쏴라』 1권에 이은 2·3권 출간에 대한 문의가 쏟아지고 있다. 한결같이 ‘6·25 전쟁을 제대로 알게 됐다’는 감사의 마음, ‘더 알고 싶다’는 궁금증이었다.

백 장군은 지난해 연재를 묶어 출간한 회고록 서문에서 ‘전쟁의 참혹성을 기억하는 자는 그 전쟁을 피할 수 있다. 늘 그에 대비하기 때문이다’라고 썼다.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 6·25는 종전(終戰)이 아니라 지금도 휴전(休戰) 상태다. 북한은 오늘도 핵무기를 개발하며 남한 사회를 위협하고 있다. 백 장군의 ‘남기고 싶은 이야기’ 연재는 우리의 오늘을 되돌아보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