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통일탈북인연합회 > 최근뉴스 > 칼럼


 
작성일 : 11-08-02 09:45
대북정책, 원칙을 버리는 위험이 너무 크다
 글쓴이 : 관리자
조회 : 3,149  

미·북 회담이 예상대로 서로 '식량지원'과 '핵 폐기 가능성'을 탐색하는 선에서 끝났다고 한다.
그럴 수밖에 없을 것이다. 양측의 이해관계가 맞물리고 '혹시나' 하는 기대도 있어서 만나기는 했지만, 북한이 대화로 핵을 폐기할 것이라고 믿는 전문가는 거의 없고 미국도 그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아마도 지금 북한은 "어떻게 하면 그럴듯한 말만으로 또다시 미국의 지원을 끌어낼 수 있을까" 열심히 궁리할 것이고, "같은 말을 두 번 살 수는 없다"는 미국도 이번에는 만만치 않아 보인다.

문제는 우리다. 그러지 않아도 '비핵·개방·3000'이라든가 '선(先)천안함·연평도 사태 해결' 같은 대북정책의 원칙을 버리고 대화 위주로 남북관계의 흐름을 바꾸려 한다는 말들이 있고, 남북 정상회담 추진설도 있다. 여기에 북한이 미·북 회담의 징검다리로 본다는 발리 회담을 두고도, 우리 당국자가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을 방안이 있다" "남북관계 회복을 위해 비핵화 회담을 남한이 주도하자고 했고 북한도 공감했다"고 나서는 것을 보면 우리가 대화를 서두는 모양새다.

그러나 작년 5월 전쟁기념관까지 가서 천안함 희생 장병들의 이름을 일일이 부르며 눈물을 글썽이던 대통령의 모습에 감동했던 사람들로서는 천안함·연평도 문제에 일언반구도 없이 다시 남북회담을 전개한다는 것은 정말 당혹스러운 일이다. 물론 남북 간에 상존(尙存)하는 긴장도 부담스럽고 북한 핵과 군사도발은 어떻게든 해결해야 할 현안이다. 또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둔 정부·여당의 심정도 이해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최근 우리를 극렬하게 비난하고 모욕해온 북한은 진지한 대화의 자세가 분명 아니다. 그럼에도 우리가 회담에 매달리면 그 위험부담이 너무 크다. 이번이라고 해서 '도발→협상→보상→새로운 도발'로 이어져 온 남북관계의 사이클이 달라질 가능성은 별로 없다. 6자회담은 물론 남북 정상회담을 해도 결과는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것이 북한 체제 나름의 생존방식이기 때문이다. 북한 속임수의 또 하나 승리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이 크다.

더욱이 지금은 남·북 간에 주도권을 놓고 일종의 기(氣)싸움이 진행 중이다. 이런 때에 원칙을 바꾸어 기존 정책이 잘못이었다고 자인하면 지난 노력은 물거품이 되고, 앞으로의 남북관계는 자칫 또 북한에 코를 꿰여 끌려 다니기 십상이다. 그렇게 되면 몇 년에 걸친 힘겨운 싸움에서 결국 승리하게 된 북한의 자신감만 더욱 키우고 우리 차기정부의 대북정책에도 엄청난 부담을 남겨주게 될 것이다.

물론 북한 핵과 군사도발을 언제까지고 내버려둘 수는 없는 일이다. 하지만 그것은 북한 체제를 바꾸거나 자유통일 외에는 완벽한 해결책이 없다. 그렇다면 차제에 보다 적극적으로 자유통일을 서두를 일이다. 선거가 겁이 나면 우리 국민의 안보적 소양과 용기를 제고하는 것이 순리다. 그것이 힘들다면 기본원칙을 지켜내는 것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 우리의 긴장 상태가 북한 추가도발의 억제와 소극적 평화보장 효과는 있고, 북한의 침략적 대남정책에 대한 최소한의 압력은 되고 있으니 말이다. 그러다 보면 머지않아 북한도 어쩔 수 없이 진지한 대화의 길을 찾게 될 때가 올 것이다. 그런 차원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원칙 있는 대화'를 재천명한 것은 매우 다행스럽다.